[사설] 은행 ELS 판매 금지? 문제 해결이 아니라 회피 아닌가

입력 2024-01-30 17:59   수정 2024-01-31 06:53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에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홍콩 H지수 연동 ELS로 인한 개인투자자 손실이 상반기에만 6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한 말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하나은행이 바로 ELS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신한 등 다른 시중은행도 어제 ELS 판매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은행에서 ELS를 판매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 은행은 예금처럼 원리금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은행은 망해도 예금자를 보호해주는 제도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H지수 연동 ELS는 예금과 달리 원금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 은행은 안전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ELS 사이엔 이 같은 괴리가 있다. ELS는 불완전판매 논란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상품이다. H지수 연동 ELS는 투자금을 국고채 등 채권과 녹인(knock-in) 풋옵션 매도에 배분하는 상품이다. H지수의 하락폭이 정해진 구간 내에 있으면 예금 이자율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내지만, H지수 하락폭이 커져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면 옵션 매도에 따른 프리미엄은 날아가고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게 된다. 투자자 모두가 이런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ELS를 전면 금지하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ELS의 위험성을 알지만 가까운 은행에서 가입하고자 하는 투자자도 있을 터다. 불완전판매는 판매 단계에서 구조와 위험을 충실히 고지함으로써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직원 할당 목표에서 ELS를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금융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ELS는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로 성장했다가 잇단 규제로 쪼그라든 선물·옵션시장과 같은 꼴이 될 수도 있다. ELS는 불완전판매가 문제지 상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개선책도 불완전판매에 집중하는 게 마땅하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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